작업용 공구 4종(컴퍼스, 30m 줄자, 파이프렌치, 펜치), 1998, 1999년 동국제강㈜ 기증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다양한 철강 제품들은 단순히 거대한 설비 속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1,600도가 넘는 전기로의 열기와 거친 현장 속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손발처럼 사용했던 공구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치 있는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손때 묻은 네 가지 공구, 1990년대 제강 현장의 하루를 말하다
<컴퍼스>, <30m 줄자>, <파이프렌치>, <펜치>, 이 4가지 자료는 1990년대 동국제강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쥐고 사용했던 작업용 공구들입니다. 이 공구들은 작업자들과 매일 함께했던 가장 가까운 도구들입니다. 표면에 깊이 벤 녹과 손때, 닳아 둥글어진 손잡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도장은 이 네 점의 도구들이 결코 전시용으로 보관된 것이 아닌, 한 시대의 노동 현장을 함께 거쳐온 동반자였음을 그대로 말해줍니다.
네 가지 손짓으로 이어지는 숙련공의 하루
압연을 마친 봉강 한 묶음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숙련공들은 컴퍼스를 사용해 두께를 짚어 규격을 확인하고, 30m 줄자로 라인 사이의 거리를 잽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파이프렌치를 사용해 멈췄던 배관을 풀고 조여 멈췄던 라인을 다시 깨웁니다. 마지막으로 펜치를 사용하여 봉강을 묶고 있던 강철 밴드를 끊어 다음 공정으로 흘려보냅니다. 측정에서 절단까지 숙련공들의 하루가 이 네 점의 자료에 담겨있습니다.
종이가 아닌 봉강을 짚는 컴퍼스
일반적인 문구용 컴퍼스가 종이에 원을 그리는 도구라면, 제강 현장의 컴퍼스는 그 용도가 살짝 달랐습니다. 제강 현장에서 컴퍼스는 철봉이나 파이프 등 원형 생산물의 외경과 두께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공업용 도구였습니다. 집게처럼 생긴 이 자료를 뜨겁게 달구어진 철강제에 가져가, 측정하고자 했던 외경에 맞게 그 간격을 좁힌 후 자에 가져가 정확한 치수를 기록하던 당시 현장 노동자들의 정밀한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30m 줄자, 거친 환경을 버텨낸 강철의 강인함
이 자료는 야외 부지나 넓은 실내 공간, 자재와 구조물 사이의 긴 거리를 측정할 때 사용되었던 30m 길이의 줄자입니다. 본체에 부착된 굽은 굴대를 돌려 줄자를 감고 푸는 구조이며 원뿔형 금속 추가 달려있어 줄자가 흔들림 없이 수직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플라스틱 대신 무거운 금속으로 제작된 이유는 거친 제강 현장 속에서도 그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파이프렌치, 설비의 혈관을 지켜낸 묵묵한 힘
제강 현장의 심장부인 전기로와 압연 라인이 원활하게 구동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가스관, 벨브, 유압 배관이 한 치의 누수도 없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파이프렌치는 노동자의 강인한 힘으로 원형 파이프 등의 금속관을 정비하는데 사용되었던 핵심 도구입니다.
펜치, 힘을 집중시켜 강철을 끊어내다
붉은색의 합성수지로 그립을 감싼 이 공구는 단단한 강철 패킹 밴드와 같은 강제(鋼製)를 절단하기 위해 사용했던 특수 펜치입니다. 강철을 자르기 위해서 더 높은 경도의 공구강을 벼려 만든 핵심 자료입니다.
자동화 이전, 손의 감각으로 지킨 현장
오늘날 제강 현장은 각종 디지털 기기와 센서가 도입된 스마트 팩토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제강 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이 직접 공구를 들고 현장을 누볐습니다. 자료들에 남아있는 손잡이의 닳은 자국과 공구들의 마모 흔적은 오랜 시간 반복된 작업들의 누적입니다. 자동화 이전 사람의 손과 감각이 현장의 정밀함을 지탱하던 시기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들입니다.
참고자료
국가지식정보 통합플랫폼
https://k-knowledge.kr/srch/read.jsp?id=268883177
EBN 산업경제, [쉽게 배우는 철강용어] 공구강(Tool Steel)
https://www.e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1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