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컬렉션
3월
<1998년 연차 휴가 관리 대장>, 동국제강(주) 기증(1999년)
뜨거웠던 제강 현장, 기록으로 남은 1998년의 땀방울
이 파일첩은 1998년 동국제강 생산부 제강과에서 사용했던 ‘연차 휴가 관리 대장’입니다. 단순히 휴가 일수를 기록한 장부를 넘어, 당시 제강 현장의 인력 운영 방식과 노동의 흔적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대장에는 사번, 성명, 입사일, 총 연차 일수를 기준으로 매월 ‘계획–실시–잔여’ 일수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검정색 볼펜으로 각각 연차의 계획, 실시, 잔여 일수를 적어두어 구분하여 볼 때 용이합니다. 또한 지나간 달의 잔여 일수는 형광펜으로 칠하여 월별 연차 잔여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대장에 함께 기록된 사원들의 입사일을 살펴보면 1968년 입사자(김진명 님)부터 1988년 입사자(김철홍 님)까지 다양한 경력의 숙련공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수기 기록에서는 1993년 입사자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 대장의 1998년 기능직 연차 휴가 현황 부분에 산정된 연차를 보면 이들이 훨씬 이전부터 근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입사 기록에서 제강과 근무 직원들 중 5년 미만의 저경력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제강 공정이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전문 작업이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또한 제강과에서 압연 분야로 보직이 변경된 기록은 철강 제조 공정 간 인력 이동의 흔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합니다.
1998년, IMF의 한파 속에서도 이어진 현장
1998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한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IMF 외환위기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직이 이어졌고, 대중가요 「오락실」은 실직한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를 노래하며 시대의 상처를 대변했습니다.
당시 동국제강 역시 부산제강소를 포항으로 이전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 관리 대장에도 부산에서 포항으로 근무지가 이전된 근무자들의 기록과 휴직 또는 사직을 선택한 근로자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실업난 속에서도 이탈 인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눈길을 끕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온 숙련 노동자들과 회사가 서로를 의지하며 IMF의 거센 한파를 견뎌냈던 ‘연대와 책임’의 흔적은 이 장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기록의 진화, 수기 장부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볼펜으로 종이 대장에 기록하던 방식은 이제 엑셀이나 노션(Notion)과 같은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박물관 역시 직원들의 근태와 연차 현황을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기록의 방식은 변화했지만, 근로자의 쉼과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은 1998년의 이 대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쉼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나요?
회사 차원의 관리 기록이 아니라, 스스로의 휴가와 여가를 기록하기 위해 여러분은 어떤 방식을 사용하고 있나요? 달력에 남은 연차를 적거나, 휴가 중에 겪은 경험을 손글씨와 그림, 사진으로 남기고, 때로는 디지털 앱을 통해 기록하는 등 사람들이 쉼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당신의 쉼은 지금 어떻게 기록되고 있나요?
참고자료
유상건. (1998, 11월 19일). 구조조정 여파 高(고)실업 몸살. 매일경제, 43면.
이해준. (2020, 04월 14일). IMF땐 취업자 130만명 실직…‘고용참사’ 체험. 헤럴드경제. http://news.heraldbiz.com/view.php?ud=20200414000346
김종대. (2022, 04월 04일).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 "아내 반지 팔아서라도 첨단 공장 짓겠다".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g-enews.com/article/Industry/2022/04/202204031356435665a67d2c7d5a_1
동국제강그룹. (2025, 05월 07일). [DK Heritage 3탄] 선배들이 남겨준 유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남다른’ 동국정신.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dongkuk195477/2238579981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