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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전기로 도면, 1970년대, 동국제강(주) 제작, 기증
철박물관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크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등록문화유산 제556호 〈전기로〉. 이 거대한 설비는 동국제강 부산 용호동 공장에서, 1966년부터 15년간 무려 140만 톤의 철을 생산하며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허리를 지탱해 온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웅장함이 전부가 아닙니다. 철박물관은 전기로의 외형적 웅장함 뒤에 숨겨진 정밀한 설계 원리와 조업의 역사를 증명하는 희귀 도면 16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핵심 도면 3점을 통해 당시 기술자들의 치열했던 현장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전기로 도면 - 전체조립도(측면) : 틸팅(Tilting) 구조
이 도면은 전기로 본체인 로체가 앞뒤로 기울어지는 틸팅 구조를 중심으로 전기로의 작동 방식을 보여줍니다. 도면에는 회전축과 지지 구조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어, 쇳물을 붓기 위한 출강 방향과 슬래그를 제거하기 위한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틸팅 구조는 높은 온도의 쇳물을 안전하게 배출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반복적인 기울임에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제강 작업에서 ‘기울임’이라는 동작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의 결과였습니다.
2. 전기로 도면 - 전체조립도(단면) : 세밀한 움직임을 위한 구동부
이 도면에는 전기로를 움직이기 위한 구동 장치와 이를 지탱하는 구조가 상세히 나타나 있습니다. 로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받침대와 구동 모터의 출력과 연결 부품의 위치가 수치로 기록되어 있어, 전기로가 가동 중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가열과 냉각, 진동이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설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판단이 도면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기로가 단순한 용해 설비가 아니라, 지속적인 조업을 전제로 한 정밀한 기계 시스템이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3. 전기로 도면 - 로체 연와 조립도(단면): 내화벽돌 축조
이 도면은 전기로 내부를 둘러싼 내화벽돌의 축조 방식을 보여줍니다. 로저와 측벽, 지붕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내화벽돌이 층층이 쌓여 있으며, 고온의 쇳물에 대응하기 위해 구역별로 재료를 달리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벽돌의 수량도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내화벽돌 사이에 열팽창을 고려한 구조가 표현된 점은, 전기로가 극한의 열 환경 속에서도 장기간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도면은 전기로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고열을 견디도록 축조된 거대한 구조물에 가까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철박물관이 소장한 이 전기로 도면은 1970년대 철강 생산 현장의 땀방울이 서린 이 도면들은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기술 관리 역사를 증명하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종이 위에 남겨진 정교한 선들을 통해, 거대한 전기로가 뿜어내던 열기와 그 설비를 운용했던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